작가는 런던을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책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런던을 수차례 왔다갔다했던 나같은 사람들에게도 그녀의 런던이야기는 새롭고 해박하며 고상하였다.
쉽게 읽히는 에세이식 여행기 또는 가이드북이라고 생각하고 책장을 넘겼으나, 영국 역사에서 중요하게 읊조려지는 수많은 작가, 사상가, 과학자 그리고 통치자들의 이름이 쏟아져 당황하였다. 그러나, 그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삶과 죽음 사이의 공포와 스릴에 관한 것이였다.
똑똑한 런던의 사람들은 종교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죽음의 공포를 정면으로 맞대응하고 스스로 탈출하기 위한 장치들을 가지고 있다. 작가의 발췌 중에 난 이 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조지 오웰의 글이라는 데...
"사람들이 즐기는 피쉬 앤드 칩스, 인조견 스타킹, 연어 통조림, 저렴한 초콜릿, 영화, 라디오, 진한 홍차와 축구 도박이 혁명을 막았다. 영국에는 불온한 분위기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현재의 나에게 영국이 마음에 드는 것이 무엇이었냐 묻는다면, "멋있는 중년남자, 세련되고 친절한 게이들, BBC, 전자음악, 저렴한 해외항공료, 추리소설, 시립도서관, 공원, Pub 이 있지만, 마약에 찌든 사람들과 무서운 흑인패거리 때문에 불온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어요." 라고 말하겠다.
서울의 오래된 주택지는 허물어지고, 고급아파트와 엄청난 비용을 들인 공원들이 자리잡는다.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상업적 교육과 마켓팅의 표적이 된다. 인간의 수명은 길어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은 줄어들고 국가가 벌어놓은 사업에 세금은 어떤 식으로 충달할 예정인지 막막해 보인다. 우리보다 앞서 비슷한 고통을 겪었던 대도시 런던을 보면 그래도 사람들은 살아갈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도달한다.
그들의 생존방식을 보면서 서울의 나는 더욱 정신적인 담력이 필요하며 그 수준을 높여야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내가 있는 서울은 고통을 교훈삼아 또 이를 악물고 발전해 나갈 것이고, 나도 이 곳의 문화에 적극적으로 젖어들며 생존해 나갈 것이다.
런던을 빌어 삶 속에서 스치듯 만나는 복잡한 감상들을 써내려간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책 홍보를 해야하는 데, 독서평도 아니고 내 감상이 되어버려 우습다. 바로 이 책이 여행기인지 이야기책인지 분간이 되지 않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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